기억력 저하 자가 체크리스트: 건망증 vs 치매 구별 포인트

기억력 저하 자가 체크리스트: 건망증 vs 치매 구별 포인트

스트레스 및 우울감 또는 수면 부족, 거기에 스마트 폰과 같은 전자기기 과의존 등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건망증이 생겼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드신 어르신 분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65세 이상의 연령 대에서 건망증 증세가 나타나면, ‘혹시 나 치매인가?’ 라는 걱정이 덜컥 든다고 하죠. 그럴만한 게 기억력 저하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요한 전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수 있는 기억력 저하 자가 체크리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전문의들이 실제로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므로,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서 해당되는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력 저하가 의심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기준 3가지

1. 최근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가?

이 항목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핵심적인 초기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방금 들은 말이 생각나지 않거나, 약 복용 여부가 헷갈려 약을 또 먹으려 합니다. 또한 중요한 약속을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건망증은 ‘기억해야 할 내용 자체’를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저장 경로’를 일시적으로 잊는 것이지만, 치매는 최근의 일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어제 저녁에 뭘 먹었더라? 메뉴가 순간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다면 건망증 증세에 가깝지만 어제 저녁을 먹은 사실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가 의심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2.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엉뚱한 곳에서 찾는가?

냉장고에서 리모컨을 발견하거나, 세탁기에 지갑이나 열쇠가 들어있는 등 맥락과 상황이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곳에서 물건을 찾는 일이 자주 반복됩니다. 일시적은 건망증은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려도 뒤 늦게 기억이 나서 찾을 수 있지만, 치매는 물건을 어디에 둔 사실 자체를 잊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타인을 의심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는가?

이 항목이 바로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구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계부 정리나 간단한 계산이 어려워지거나, 장을 볼 때 무엇을 사야 하는 지 구매 목록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늘 하던 요리의 순서를 자꾸 놓치거나, 같은 물건을 여러 번 중복 구매하는 등, 평범하고 익숙했던 일상에 갑자기 각종 장애가 발생하게 됩니다. 건망증은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치매는 이처럼 돈관리, 약복용, 운전, 안전관리 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기억력 저하 자가 체크리스트

건망증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구별하기 위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아래 문항 중 3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신경과 또는 노인정신과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영역체크 문항
기억력 영역● 최근 일을 자주 잊는다
●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 약 복용 여부를 자주 헷갈린다
● 중요한 약속을 반복해서 잊는다
실행 기능 (계획·판단력)● 계산·금전 관리가 어려워졌다
● 요리할 때 순서를 자꾸 놓친다
● 새로운 기계(ATM, 스마트폰) 사용이 힘들다
시공간 능력● 잘 아는 길인데 갑자기 방향이 헷갈린다
● 익숙한 환경에서 잠시 멍해지는 느낌
● 날짜·요일 혼동이 잦다
언어 영역● 말하려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 대화 중 문장이 끊기고 이어지지 않는다
● 글·문서를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행동·정서 변화● 성격이 갑자기 소극적/우울하게 변하거나 예민함 또는 분노가 증가했다
● 평소 하지 않던 실수가 잦아졌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 초기 기억력 저하의 차이

단순 건망증이라면 힌트를 주었을 때 잊고 있던 내용을 바로 떠올립니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영향이 없고,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과로 후에 증상이 악화되지만 충분한 휴식 후에는 호전됩니다. (혹시 수면의 질이 떨어져 고민인 분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코골이와 주간졸림 경고 신호도 함께 점검해 보면 좋습니다.)

하지만 치매 초기에 접어들었다면 힌트를 줘도 기억 자체를 아예 못합니다. 특히 과거의 일보다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 소실이 심하며, 돈 관리나 약 복용 같은 중요한 일상 업무에 장애가 생기고 점차 악화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기억력 저하가 의심된다면 필요한 검사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원인 중에는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가역성 치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이를 구별해야 하는 진단이 필요합니다!

  1. 신경심리검사 : 이 검사는 환자의 인지 기능이 어떤 영역에서 얼마나 저하되었는지 파악하는 표준화된 검사입니다. 주로 MMSE-K나 SNSB 같은 표준 검사를 진행하는데, MMSE-K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간이 정신 상태 검사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 기억력, 계산 능력, 언어 능력 등을 짧은 시간 안에 확인하여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의 유무를 선별합니다. SNSB는 기억력, 주의 집중력, 언어 능력, 계획 세우기, 시공간 능력 등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는 전문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짐)인지, 혈관성 치매(실행 기능 저하가 두드러짐)인지를 구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습니다.
  2. 뇌 MRI :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기억 중추인 해마가 위축되는지 확인하고, 혈관성 치매의 경우 다발성 뇌경색 여부나 뇌 신경섬유의 손상(백질 병변) 여부를 확인합니다.
  3. 혈액검사 :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원인 중 일부는 약물이나 영양 보충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혈액 검사는 이러한 가역성(회복 가능성) 원인을 감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 기억력 저하, 우울증, 무기력증이 동반됩니다(갑상선 기능저하증: 피로·부종·추위를 탄다면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타민 B12 결핍도 심하면 신경 세포 기능에 문제가 생겨 인지 기능 저하와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추가로 심한 우울증이 있어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하여 치매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이 경우, 우울·불안 신호: 자가체크 & 도움 받는 법을 읽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기억력 저하일 때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

치매는 초기 신호가 단순한 건망증처럼 보여 놓치기 쉽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를 시작할수록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변화들이 나타나면 즉시 신경과나 노인 정신과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최근 일에 대한 기억 소실이 반복적일 때 (단기 기억 장애) : 방금 들은 이야기나 행동을 1-2시간 뒤 완전히 잊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오래된 과거의 일은 기억을 잘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새로운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같은 질문이나 행동을 하루 여러 번 반복할 때 : 한 번 답해준 내용이나 지시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차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이는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 늘 하던 복잡한 일상 업무 처리가 어려워질 때 (실행 기능 저하) :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는 가장 큰 기준입니다. 돈 관리, 요리, 운전, 약 복용 관리 등 늘 해오던 일들을 계획하지 못하고 순서를 정하는 데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느낍니다.
  • 익숙한 곳에서 방향 감각이 저하되거나 길을 잃을 때 (시공간 능력 장애) : 잘 아는 동네나 익숙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길을 잃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는 뇌의 시공간 능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사합니다.
  • 가족이나 주변인이 “요즘 달라졌다”고 느낄 때 : 환자 본인은 기억력 문제를 부인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최측근의 눈에 비친 성격이나 판단력, 행동 등에 변화가 뚜렷해진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봐야하는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60세 이후 기억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될 때 :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서서히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60세 이후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거나 단기간에 악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치매는 초기 치료를 시작할수록 진행 속도 억제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상 신호가 보이면 즉시 전문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결론

기억력 저하는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이 섞여 보이지만, 오늘 알려드린 자가 체크리스트로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기억 위주로 소실, 물건 분실 후 아예 기억하지 못함, 익숙하게 해왔던 일상 생활에서 갑작스러운 기능 저하 이 세 가지가 반복된다면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조기 검사는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춰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장기적인 뇌 건강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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