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껴지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력 변화는 누구나 겪는 가벼운 건망증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거나 주변 사람들이 먼저 “요즘 좀 이상해”라고 느낄 정도라면 그 원인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기억력 저하의 원인을 단순 건망증부터 뇌 신경계 질환 가능성까지 여러 측면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억력 저하의 기본 개념
1-1.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의 차이
단순 건망증은 정보가 뇌 속에 잘 저장되어 있지만, 일시적으로 해당 정보를 끄집어내는 통로가 막힌 상태입니다. 아는 사람의 이름이 입가에서 맴돌며 바로 생각이 안 나다가도, 나중에 “아 맞다!” 하고 떠오른다면 이는 건망증입니다.
반면에 기억력 저하는 새로운 정보를 뇌에 입력하고 저장하는 기능 자체가 약해진 것입니다. 조금 전의 약속을 잊고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거나, 최근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단순 건망증과는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만 판단하기보다, 기억력 저하 자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1-2. 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할까요?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경우는 잠을 잘 자거나 영양을 채워주면 금방 좋아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불필요한 걱정을 덜고,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생활 습관과 환경의 영향
2-1.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
잠은 뇌가 그날 배운 정보를 정리해서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거나 자다가 자주 깨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의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 느낌, ‘브레인 포그’라 불리는 현상을 자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단기 기억력이 뚝 떨어지게 됩니다.
혹시 본인의 수면 습관을 개선하고 싶다면, 어떤 것을 검토해야 하는지 수면 위생 수칙 10가지를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2-2. 스트레스와 집중력 저하
마음이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우리 뇌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보다 당장의 위협에 대응하는 부위를 먼저 사용합니다. 너무 바쁘거나 큰 걱정거리가 있을 때 “방금 내가 뭘 하려고 했지?” 하고 멍해지는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는 뇌 질환이라기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집중력이 분산된 탓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우리 몸의 전신 건강 상태
3-1. 갑상선, 혈당, 그리고 영양 결핍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혈당이 널뛰기를 하면 뇌 기능도 둔해집니다.
특히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신경 세포가 손상되어 기억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 유독 피곤하고 손발이 저리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몸속 영양 상태와 호르몬 수치를 꼭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3-2. 약물과 알코올의 영향
우리가 흔히 먹는 수면제, 항불안제, 혹은 일부 진통제는 뇌의 기억 형성 과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또한 음주 후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이 잦아진다면, 이는 뇌 세포가 손상되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이므로 반드시 술을 멀리해야 합니다.
4. 뇌 신경계 질환과의 관련성
4-1.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초기
기억력 저하가 점차 심해져서 일상적인 집안일이나 은행 업무 등에 실수가 잦아진다면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 초기’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 적절한 관리를 하면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치매 초기에는 ‘최근 기억’부터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10년 전 일은 생생한데 정작 오늘 아침 메뉴는 기억하지 못하는 식입니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 저장소로 옮겨주는 뇌의 ‘해마’ 부위가 먼저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4-2. 뇌혈관의 건강 상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은 뇌의 미세한 혈관들이 조금씩 막히거나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를 ‘혈관성 인지 저하’라고 합니다. 뇌졸중처럼 한 번에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지 않더라도, 아주 가느다란 미세 혈관들이 조금씩 막히면서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소혈관 질환’이라고 하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기억력이 야금야금 떨어지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부터 나빠지지만, 혈관성 문제는 ‘수행 능력’부터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계획을 세워 요리를 하는 과정이 매우 느려지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걸음걸이가 종종걸음으로 변하거나 소변 조절이 힘들어지는 증상이 기억력 저하와 함께 나타난다면 혈관성 요인을 강력히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치매: 알츠하이머 vs 혈관성 치매 글을 함께 참고하시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5-1. 주의 깊게 봐야 할 경고 신호
다음과 같은 신호가 보인다면 지체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
- 물건을 둔 장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예: 냉장고 안에 열쇠)에서 찾는다.
- 성격이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생긴다.
5-2.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요?
병원에서는 자세한 상담을 시작으로 인지 기능 테스트, 혈액검사 등을 진행합니다. 필요하다면 MRI 같은 뇌 영상 검사를 통해 뇌의 구조적인 변화를 확인합니다. 조기에 원인을 찾으면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상태를 크게 호전 시킬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기억력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 몸이 간절하게 보내는 도움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수면과 영양을 잘 챙기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되, 앞서 말씀드린 경고 신호가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건망증인지 관리해야 할 질환 신호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