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잠이 안 오는 병’이 아니라, 뇌가 깨어 있도록 유지되는 생리적 상태입니다.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죠. 이처럼 수면 장애 중 가장 흔한 유형인 불면증은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입면장애), 밤에 자주 깨거나(중간각성), 혹은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상태(조기각성)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불면증의 원인이 스트레스나 컨디션 문제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각성 상태로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주원인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불면증이 만성화되어 낮 시간대 계속 피로한 현상, 집중력 저하, 우울감, 불안감까지 동반될 수 있답니다.
수면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대하기 때문에 불면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불면증의 원인과 해결법을 의학적으로 접근하여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불면증이 발생하는 의학적 원인
1. 생리적 과각성
불안감, 걱정,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위험에 대비하는 교감신경(긴장 모드)을 과도하게 활성화합니다. 자야 할 시간에도 뇌가 계속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죠.
이 때 우리 신체에서는 교감신경 활성화로 인해 심박수가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되며, 얕고 빠른 호흡이 나타납니다.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머물러 있으니 뇌에서는 ‘아직 위험하니 깨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고, 이 때문에 결국 잠이 오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혹여 잠이 들더라도 얕은 잠을 자고, 작은 외부 자극에도 금방 깨버리게 된답니다.
혹시 우울증, 불안증과 관련된 다른 신호는 없는지 우울·불안 신호: 자가체크 & 도움 받는 법을 통해 한 번 점검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2. 심리적 요인
‘오늘도 못 자면 내일 큰일난다’ 이런 생각, 학생들이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오히려 뇌의 각성도를 높여서 불면증을 악화 시킨다고 합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침대나 침실을 불안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몸은 너무 피곤한 데 침대에 누우면 오히려 정신만 더 맑아지는 분들이 계신다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생활 습관 요인
늦은 시간까지 마시는 카페인이나 알코올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고 뇌를 각성 시킨다고 합니다. 따라서 늦은 저녁에 커피를 마시거나 과음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블루라이트 때문에 뇌가 낮 시간으로 착각을 하고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침실에서 만큼은 스마트 기기를 멀리해야 합니다.
여기에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 리듬도 불면증에 한 몫 하죠. 주말이나 휴일에 너무 잠을 몰아서 자는 습관은 오히려 밤 잠을 방해해서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의학적 원인
불면증은 다음과 같은 신체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다음과 같은 질환이 있다면 수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먼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신진대사를 과도하게 높여 불면과 불안을 유발합니다.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도 수면 장애의 흔한 원인입니다. 만성 통증 질환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누워있을 때 통증이 심해져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습니다. 폐 질환으로 인해 호흡이 불편한 경우나 당뇨로 인한 야간 빈뇨 증상 역시 잠에서 자주 깰 수 밖에 없다 보니 불면증의 원인이 됩니다.
그 외 비염과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수면중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수면의 질을 해치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의심된다면 수면무호흡증: 코골이와 주간졸림 경고 신호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질환으로 인한 수면 장애는 질환 관리가 선행되어야 불면증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5. 정신 건강 질환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는 수면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이 안 오거나 새벽 3-4시경에 자주 깨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또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황 발작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6. 약물 및 물질 요인
일부 약물이나 물질은 수면을 방해하는 각성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 일부 항우울제, 갑상선 호르몬제 등은 뇌의 각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카페인이나 알코올 물질이 들어간 음료를 섭취하는 것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약물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이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뇌와 몸에 미치는 영향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수면은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뇌의 전전두엽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데, 전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이성적인 사고 및 판단, 감정 조절 등 복잡한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결국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사소한 실수가 잦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게 됩니다.
면역력 감소
수면 부족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을 약화 시킵니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감염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고 염증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불면증이 생기면 이러한 기능이 떨어져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피로 물질(젖산)이 몸에 남아있게 되면서, 충분히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만성적인 무기력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답니다.
감정 조절 문제
수면 부족은 감정 중추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뇌의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쉽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죠. 장기간 수면 부족을 겪게 되면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같은 정신 건강 질환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수면과 마음 건강의 상관 관계는 수면·운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심혈관 위험 증가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심장과 혈관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됩니다. 잠을 못 자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어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게 되죠. 이러한 혈압 상승과 심장 부담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수면 부족은 지방 저장을 촉진하는 호르몬 분비에도 영행을 주어 체중 증가 위험도 높입니다.
불면증 치료 접근: 약물보다 ‘인지 및 행동’이 먼저
불면증 치료는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 생활습관 교정과 인지행동치료(CBT-I)가 1차 치료입니다. 이는 국제수면학회 등 공식 기관에서 권고하는 표준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1. 인지행동치료 (CBT-I) : 불면증 치료의 표준
CBT-I는 불면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잘못된 수면 패턴을 교정하고 뇌의 과각성 상태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자극 조절법 : 침대는 오직 수면과 휴식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20분 이상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벗어나도록 교육하여, 침대를 ‘잠이 잘 오는 장소’로 뇌가 다시 학습하도록 돕습니다.
- 수면 제한 치료 : 너무 오래 누워 있는 습관을 줄이고, 실제 수면 시간에 맞춰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제한합니다. 이는 뇌가 ‘침대 = 바로 잠드는 장소’라고 재학습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 인지 재구성 : ‘오늘도 못 자면 내일 망했다’ 같은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걱정을 수정하여 잠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정 시키는 치료입니다.
- 이완 및 호흡 훈련 : 명상, 근육 이완 훈련, 복식호흡을 통해 흥분된 교감신경을 낮추고 잠들기 쉬운 상태를 만듭니다.
2. 약물치료 (필요한 경우 선택)
약물은 주로 증상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만 사용하며, 장기적인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수면 패턴 교정은 CBT-I가 담당합니다.
- 벤조디아제핀계 : 효과가 빠르지만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단기적이고 간헐적인 사용만 권고됩니다.
- 비벤조 약물 : 졸피뎀, 에스조피클론 등이 있으며 비교적 안전하지만 이 역시 장기 사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항우울제 일부 : 우울, 불안이 동반된 불면증에서 사용됩니다.
3. 생활습관 교정
아래 정리해드린 수면 습관만 바로 잡아도 불면증은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받습니다.
-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간을 유지합니다.
- 오후 2시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제한합니다.
- 잠들기 직전 과식이나 격렬한 운동을 피합니다.
-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합니다.
불면증이 의심될 때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
불면증은 방치하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더 나아가 건강도 해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 해당된다면, 수면 전문 평가와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날이 반복됩니다.
- 새벽에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렵습니다.
- 낮 피로, 집중력 감소가 지속됩니다.
- 코골이나 무호흡 증상이 의심됩니다.
- 우울감이나 불안이 함께 증가합니다.
-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입니다.
결론
수면장애 중 불면증은 뇌가 과하게 각성 된 상태에서 잘못된 수면 습관이 겹쳐서 발생하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만성화되기 쉽다고 합니다.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지행동치료(CBT-I)가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되며, 수면 습관, 심리적 긴장 완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치료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불면증은 충분히 치료 될 수 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날들로 고통 받고 있었다면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