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미세한 떨림이 시작된다면,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요즘 매스컴이나 SNS통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자주 언급되고 있죠. 주로 자극적인 이슈에 우리는 도파민이 터진다고 비유하고, 따분하거나 재미없을 땐 도파민 부족이라는 비유를 쓰기도 합니다. 근데 실제로도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정말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바로 ‘파킨슨 병’이라는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이라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비운동 기능에도 영향을 주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특히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이 아주 미세하고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아래에서는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와 병이 어떤 단계로 진행하는지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파킨슨병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합니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움직임 조절, 근육 협응, 균형 유지 등 모든 신체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신경세포가 60~80% 이상 사라져야 행동이 느려지거나 떨리는 등의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초기 발견이 정말 중요한 질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초기 신호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들)
파킨슨병의 초기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래와 같은 미세한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래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조기 검사가 꼭 필요하니 주의 깊게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1. 손 떨림
파킨슨병의 가장 흔한 초기 신호 중 하나입니다. 손을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쉬고 있을 때나 TV를 볼 때처럼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더 심해집니다. 이처럼 몸의 한 부분을 사용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있을 때 떨림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휴식떨림(Resting Tremor)‘이라고도 합니다. 떨림의 형태는 흔히 손가락으로 동전 하나를 검지나 엄지 손가락 사이에 놓고 돌리거나 문지르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이 관찰되며, 손가락 끝으로 작은 알약이나 빵가루 같은 것을 계속해서 비비는 듯한 동작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2. 동작이 느려지는 증상
파킨슨병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움직임의 속도가 느려지고, 동작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옷을 입거나 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리고, 걸으려고 할 때 첫 걸음이 느려지거나 발이 땅에 붙은 듯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손글씨를 쓸 때,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소필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표정이 굳고, 마치 ‘무표정’처럼 보이게 되는 표정 변화가 나타납니다.
3. 근육의 강직
어깨, 팔, 다리 등의 근육이 뻣뻣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단순히 무리했거나 피곤해서 뭉친 근육과는 다르게 마사지를 해도 잘 풀리지 않습니다. 이 때, 팔을 천천히 움직이면 관절이 마치 톱니바퀴가 걸리는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끊기면서 움직이는 톱니바퀴 강직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강직 증상이 주로 아침에 관절 주변에 국한되어 나타난다면 관절 자체 문제일 수도 있으니, 골관절염 vs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다른 질환과의 차이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4. 균형감 저하 및 보행 변화
걸을 때 팔을 흔드는 동작이 현저하게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기에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보폭이 좁아지고, 발이 땅에 끌리는 듯한 느낌으로 걷습니다. 그리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자세로 걷게 되며, 방향을 바꿀 때 어려움을 느끼고 넘어지기 쉽습니다.
5. 냄새를 잘 못 맡는 증상
후각 저하는 운동 증상(손떨림, 보행변화 등)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나타나는 비운동 증상으로, 파킨슨병의 조기 예측 인자로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단순히 음식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넘어 커피향, 강한 꽃향기, 심지어 가스 냄새 등 일상생활에서 냄새를 맡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는 뇌의 미세한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 후각 저하는 다른 질환(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비염(알레르기·혈관운동성): 원인·치료 글도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6. 수면 중 이상 행동
잠을 자는 동안 꿈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듯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큰 소리로 잠꼬대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심하게 발길질하는 행동이 동반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렘수면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근육이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아야 정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파킨슨병 초기 단계에서는 이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렘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면서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거나, 옆 사람에게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수면 이상이 파킨슨병과 관계없이 반복된다면, 정밀 수면검사가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해당 정보는 수면다원검사 절차와 준비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7. 기타 증상 (변비, 어지럼증, 피로)
손떨림 같은 운동 증상보다 더 먼저 나타날 수 있는 비운동 증상들입니다. 이는 도파민 부족이 결국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인 변비, 자주 어지러움을 느끼고 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심한 경우, 심한 피로감이 지속 동반 되는 증상도 파킨슨병의 초기 감별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데 만약 이러한 비운동 증상과 손떨림이나 움직임 둔화 등과 같은 운동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파킨슨병 진행 양상 (단계별 분류)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 특성 상,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에 따라 단계를 구분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적으로 Hoehn & Yahr 단계를 기준으로 보통 5단계로 나누어 파킨슨병의 진행 양상을 구분합니다. 아래 정리해 둔 내용을 참고하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1단계 : 한쪽만 증상이 나타납니다. 손떨림이나 근육 강직이 몸의 한쪽에만 나타납니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환자 본인도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기 쉬우나 이때가 가장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 2단계 : 증상이 양쪽으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떨림과 움직임 둔화가 양쪽 팔과 다리로 퍼져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보폭이 좁아지는 등 걸음걸이 변화가 뚜렷해지고 자세 불안정이 미세하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 3단계 : 균형을 잡는 능력이 크게 떨어져 넘어질 위험이 증가합니다. 몸의 균형을 잡는 반사 능력이 저하되어 뒤에서 살짝만 밀어도 쉽게 넘어지는 등 낙상 위험이 매우 커지고 방향 전환이 어려워 집니다. 혼자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계단 오르내리기나 물건 운반에 다소 제한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 4단계 : 움직임이 크게 느려지고 근육 강직이 심화되는 중증 단계라 보면 됩니다. 혼자 걷기 어려워 보행 보조 기구(지팡이, 워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점점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하거나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 5단계 : 질환이 매우 심하게 진행된 고도 의존 단계입니다.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서 생활해야 하며, 일상생활의 대부분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근육강직이 심해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고 인지 저하, 우울, 심한 통증, 환각과 같은 비운동 증상도 증가합니다.
파킨슨병 초기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파킨슨병은 워낙 초기 증상이 미묘하고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쉬워서, 단하나의 검사만으로 진단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전문의는 환자의 임상 증상, 신경학적 진찰, 그리고 정밀 영상 검사를 모두 종합하여 신중하게 평가합니다. 아래에 초기 진단을 내리는 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신경학적 진찰 : 전문의가 환자의 서동증(동작이 느려짐), 휴식떨림(손떨림), 근강직, 보행 변화 이 네 가지 핵심 증상을 중심으로 환자를 직접 관찰하고 평가합니다. 환자에게 손을 흔들어보게 하거나, 걸어보게 하거나, 손목을 돌려보면서 근육의 뻣뻣함 정도를 확인합니다. 특히 가만히 있을 때 떨림이 나타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감별 포인트가 됩니다.
- DAT-Scan (도파민 운반체 영상) : 뇌의 도파민을 운반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이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파킨슨병을 다른 떨림 증상과 감별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손떨림의 원인이 파킨슨병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MRI·CT : 파킨슨병 자체를 확진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뇌졸중, 수두증, 뇌종양 등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2차성 파킨슨증)을 감별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결론
파킨슨병은 초기 신호가 매우 미세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신호는 휴식떨림, 서동증, 근육 강직, 보행 변화 이 네 가지의 운동 증상이며, 여기에 비운동 증상(후각 저하, 만성 변비, 렘수면 행동장애)이 동반되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변화가 의심될 때는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은 만성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조기에 진단받아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꾸준히 재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